2018.10.26 15:03

우리의 첫 시작

  달그락달그락에는 KYS라는 이름의 청소년자치기구가 있다. 그대로 발음하면 키스라서 부끄부끄한 느낌도 살포시 든다. 무엇을 하는 자치기구인가도 싶겠다. ‘Know Your Self’의 줄임말로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싶은 청소년들이 지은 이름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 청소년들만의 방법이 있다. 지역 안에 다양한 직업인과 전문가를 찾으러 다니고 인터뷰를 한다. 자기처럼 진로고민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인터뷰 내용으로 진로토크콘서트를 준비하여 널리 알린다. 이게 KYS 청소년자치기구가 하는 활동이다.



  옹기종기 모인 KYS 청소년들. “어떤 분을 만나고 싶어?!” 대표인 수정이가 다른 친구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남자친구요!”라는 말에 다들 폭소했다. “언니, 저는 뷰티 전문가를 만나고 싶어요.” 평소 뷰티 콘텐츠 유투브에 빠져 사는 시아가 대답했다. 공동대표인 나연이가 말했다. “저는 요즘 친구관계와 인간관계가 고민이서 여기 전문가를 만나고 싶어요.” 달톡콘서트 추진위원회에서 청소년들이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한 분이 있다는 소식을 수정이가 KYS 구성원에게 전해주었다. “국립생태원에 동물박사님이 생태계를 주제로 이번 달톡콘서트 게스트로 해주실 수 있대.” 처음에 동물박사님이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생태계요? 너무 학문적인 내용일 것 같아서 사람들이 올까요?” “사람들이 찾아오게 해보자!”KYS대표인 수정이의 말에 그렇게 해서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우리 OX퀴즈하는 거 어때요? 곰 앞에서 정말 죽은 척하면 곰이 지나가는지 말이에요.” “우와!” 모두 환호를 지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밖에도 박사님의 학창시절, 진로고민, 국립생태원의 업무, 동물박사가 되는 방법 등 KYS 친구들 모두 머리를 맞대며 토크콘서트의 주제와 내용을 채웠다.


 

인터뷰하는 날

  “선생님, 저희 지금 다 모였어요!” 전화기 너머로 한껏 들뜬 KYS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KYS가 이배근 박사님을 인터뷰하는 날. 박사님이 어떤 걸 좋아할지 고민하며 구입한 음료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천 국립생태원으로 향하는 차 안. “박사님과 초면인데 어떻게 알아보죠?” “막상 박사님 만나면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죠?” “기록하다가 놓치면 어떡해요?” 청소년들이 긴장한 탓인지 지난 며칠 동안 역할과 인터뷰 내용 등 청소년들의 준비한 것들이 오락가락했다. 공동대표인 나연이가 다시 차근차근 역할 정리해주었다. “걱정은 되도 우리 첫 야외 활동이라 신나요.” 그렇게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 찬 이들의 마음이 진정되기도 전에 생태원에 도착한 우리. 박사님이 계신 서천 국립생태원에 도착하여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수많은 인파 중 박사님이 누구신지 오락가락할 찰나 달그락달그락 청소년들 맞죠?” 박사님이 청소년들을 먼저 알아봐주셨다. “..안녕하세요.” 소희, 은빈, 나연이가 수줍게 인사하자마자 박사님이 신기하게 생긴 직원 전용 전동차로 연구소까지 태워다 주셨다.



  “신기하다. 그지?” “맞아 맞아박사님 연구소에 도착하고서 청소년들은 서로 속닥속닥거리면서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면 될까요?” 박사님께서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 저희는 KYS라고 하고요. 달톡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달톡콘서트는요나연이가 어색해했지만 또박또박 준비한 멘트를 말했다. 나연이와 소희가 준비한 질문을 드리고 펜과 노트를 준비한 은빈이가 답변을 놓칠세라 서둘러 적었다. “박사님, 동물들에게도 첫사랑이 있을까요?” “동물들한테도 재산이 있어요?” “곰돌이 푸는 꿀을 엄청 좋아하던데 진짜 곰은 꿀을 좋아해요?” 이런 재미난 질문에도 박사님은 유쾌하게 대답해주셨고 학창시절과 생태원의 업무, 에피소드 등 다양한 이야기와 웃음이 오갔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보는 게 중요하죠. 우리 생태원 소개해줄게요.”라며 갑자기 벌떡 일어나셔서 KYS 친구들을 데리고 생태원으로 향했다. 온대기후, 냉대기후, 사막기후, 열대기후로 구분된 생태원을 둘러보았다. “선생님, 우리 세계 여행하는 거 같지 않아요?” 세계여행과도 같은 인터뷰. 그렇게 은빈이와 소희, 나연이의 공책이 박사님의 답변들로 빼곡했다.



수정아, 괜찮아

  “수정아. 밖에 추우니깐 따뜻하게 입고 나오렴.” 며칠 전 수정이가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말에 꽃샘추위로 찬바람이 불던 날, 수정이가 학교를 마치고 달그락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선생님, 시험기간만 되면 너무 힘들어요. 사실 저희 친척 중에서 다음 수능타자가 저거든요. 저희 사촌 오빠와 누나는 좋은 대학엘 갔는데말을 잇지 못하는 수정이. 성적에 대한 큰 부담과 KYS의 대표에 대한 부담이 맞물린 듯 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있어 보편으로 깔려 있는 걱정이 성적일 것이고 성적에서 파생되는 주변의 기대와 눈치, 부담 더 나아가서 무기력해지기까지 안 겪어 본 사람은 적지 않을 듯하다.

  축 처진 수정이의 어깨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 같아도 그러겠다.” 말 그대로 애를 쓰고 있는 수정이가 조금이나마 괜찮아졌으면 했다. “성적을 올리는 건 목표에 도달하는 속도를 내는 일이라면 너의 진로활동은 방향을 찾는 일이 아닐까? 달그락 활동으로 수정이가 꿈의 방향을 잘 잡아보면 좋겠어.” 수정이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그러니까 KYS 친구들과 이번 달톡콘 준비 잘 해보는 게 어때?” “좋아요. 정말 열심히 해볼게요!”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카페를 나왔다. 인사하고서 걸어가는 수정이. 그렇게 한참을 수정이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잘 됐으면 좋겠다. 정말

 

1+1=1

  “안녕하세요. 저희 왔어요!” 신나게 달그락에 들어온 건 시아와 나연이었다. 둘은 여느 때보다도 목소리 톤이 두 음정은 높아보였으며 말 속도는 1.5배속을 누른 상태였다. 시아와 나연이 둘이 하나씩 달톡콘서트 홍보지를 만들고 둘 중에 잘 된 홍보지 하나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경쟁을 해보고 싶은 듯 했다. 각자 컴퓨터 한 대씩 자리 잡았다. “타닥타닥달그락의 평화로운 배경음악도 이들의 불타는 의욕에 묻혀 타자 치는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포스터를 인쇄하고서 서로의 것을 둘러보았다. “난 이게 없는데 너는 이게 있네?” 서로의 포스터 내용을 비교하면서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이야기 오갔다. 배경, 일정, 문구, 이벤트 등 이들의 생각들로 하나하나씩 채운 포스터가 서서히 완성한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나연이와 시아 각각 두 개의 작품이 나올 줄 알았는데 둘이 합쳐진 하나의 작품이 나연이와 시아를 반기고 있었다.


우리에게 달톡콘은

  “동물들도 첫사랑을 못 잊어요?” “박사님, 우리도 진로 고민해서 여기에 모였는데 동물들도 진로 고민을 하나요?” “동물들 중에도 금수저, 흙수저 같은 개념이 있나요?” 이배근 박사님을 모시고 진행을 맡은 나연이와 수정이의 질문으로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박사님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동물들은 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 동물에 비해 나약한 우성 유전자를 가진 동물들은 존중과 배려보다는 주로 도태되는 동물사회를 말씀해주셨다. 그렇기에 동물세계에서의 금수저, 흙수저는 유전자와 힘의 세기에 따라 계급이 나뉜다고 했다. 또한 동물들의 진로는 자신의 먹잇감 쟁취와 종족번식이 목적이라 말씀해주시며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동물들의 모습들은 인간사회 속의 배려와 존중이 내포된 이야기라 했다. 청중들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묘하게 집중하게 됐다.



  “여기서 청중들의 질문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박사님, 청중들의 질문에 대한 답 부탁드릴게요.” 사전에 약속한대로 은주와 소희, 유빈, 은빈이가 청중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질문을 적은 포스트잇을 모아 진행자 청소년들에게 건네주었다. 청중들은 주로 동물박사와 생태계 관련 업무와 해당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국립생태원의 업무와 동물박사가 되는 과정을 이야기 나누며 좀 더 깊은 진로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이제 달톡콘서트 막바지인데요. 마지막으로 박사님께서 꼭 한 가지만 청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진행자의 질문에 박사님은 곰곰이 생각하시더니 입을 여셨다. “더우면 에어컨을 키면 되고, 추우면 난방기를 키면 되고, 공기가 더러우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되지만 그런 장치를 사용할수록 더 더워지고 더 추워지고 더 공기가 더러워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에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은 많고 필요 이상으로 누리고 있죠. 자연이 우리에게 양보를 많이 해줬어요. 이제는 우리가 자연에게 양보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청중들이 박수소리가 달그락달그락을 채웠다.



  “애들아 우리가 드디어 달톡콘서트를 마쳤어. 어땠어?” 달톡콘서트의 막을 내리고 정리가 끝난 후 KYS 청소년들이 모여 청중들이 응답해준 설문지를 살펴보며 수정이가 물었다. “정말 대박이에요! 다들 정말 좋은 시간이었대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줬다니 너무 좋아요.” “준비할 땐 힘들었는데 다 하고 나니 뿌듯해요.” “여기 설문지에 적어준 의견들도 반영해서 다음에 더 잘 해야겠어.” 이렇게 하나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 청소년들에겐 달톡콘서트가 어떤 의미였을까? 준비할 당시 시험기간이 겹쳤는데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달그락에 나오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카톡방에서 달톡콘 준비로 수십 개의 톡이 오가고. 달톡콘서트 시작 직전 다들 모여 떨리는 마음 서로 격려해주고 파이팅했던 수정, 나연, 시아, 은주, 미나, 소희, 유빈, 은빈, 운비. 아무래도 이 9명의 청소년들에게는 단순한 토크콘서트가 아니었던 건 확실해 보인다.


 

 

 

Posted by 달그락달그락 달그락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