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5 12:50

 

 

진로에 대한 고민은 평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삶의 방향 설정,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과 선택 등은 복잡하고 힘든 일입니다. 소그로(sogrow) 발표대회에서 진로에 대해 올해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소그로(sogrow)는 '자란다'는 의미와 사회 속으로 '향한다'는 의미로 들꽃청소년세상에서 청소년들의 주도적인 활동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주로 진로와 관련된 내용을 다룹니다. 한해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실행해나가는 과정을 일지로 작성하면서 도보여행과 나눔활동 등을 함께 진행하고 이 결과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 활동은 작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들꽃청소년세상의 청소년이 스스로를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고 안주하거나 무기력해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외부자원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의 지속불가능함도 보완하고자 하였습니다.

"저의 올해 목표는 일자리를 구해서 150만원 정도를 모으는 것이에요."

자립팸에서 생활중인 이 청소년은 150만원이라는 돈을 모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 자립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자립팸은 거리청소년들에게 안정된 주거 공간을 제공하여 건강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청소년들과 활동가들은 자립팸을 '이상한 나라'로, 구성원들을 '앨리스'로 호칭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에서 기인한 명칭이겠지요.

청소년은 떨리는 목소리지만 잠시 숨을 들이쉬고 끝까지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고 내려갔습니다. "'하나뿐인 삶인데 허무하지 않게 살아가려면 꿈하나와 그것을 위한 목표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제 생각입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세상을 향해 발버둥치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1년에 150만원을 모으는 일이 어쩌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롯이 자신의 자립을 준비하는 이 청소년에 비해 저의 학창시절은 너무 의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립을 위한 준비로 구체적인 금액을 정해 일을 시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소녀에게 150만원을 모으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온전히 서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보는 150만원은 단지 150만원은 아닐 것입니다.

그룹홈 아모센스 참나리가정의 청소년은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밝히며 안무가에서 아모텍으로의 취직으로 목표를 바꾸었다고 밝혔습니다. 어릴 때부터 춤을 잘춰 안무가가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던 이 청소년은 어느 날 아모센스 참나리 가정을 후원하고 있는 회사 아모텍에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직원들과 만나며 마음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어느날 아모텍이라고 저희를 후원해주시는 회사에 갔습니다. 거기서 이사님들과 직원분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즐거웠습니다. 그 후 아모텍에 가는 날이면 아모텍에 관심을 가지고 회사를 둘러보기도 하고 직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보다보니 아모텍 직원분들이 너무나도 멋있고 표정이나 분위기 자체가 행복하고 즐거워보였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모습이 좋아보여서 그 사람의 일을 선택한다는 것은 요즈음 보기드문 상황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워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직업가치관을 검사한 결과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지와 임금을 직업선택의 기준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2014년 10월 한국고용정보원이 국내 성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직업가치관 검사 결과 직업의 안정성을 1위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이처럼 여러조건들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일을 하는 사람의 삶, 태도를 보고 결정하는 모습도 중요해 보입니다.

청년인 저는 청소년 시기에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아 내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수학을 가르쳐주어야겠다고 사범대학을 갔습니다. 하지만 단지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교사가 된 나의 모습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로를 결정할 때 제가 놓쳤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기성세대들의 일에 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기성세대가 된 저는 저의 일에 임하는 태도를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긴 시간동안 노력한 길을 포기하고 주체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청소년의 용기에 공감하며 응원합니다.

글쓴이 - 최서우


Posted by 달그락달그락 달그락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