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6 15:04

자연스러운 마음의 동행 


 목표가 있었다. 이번 해외교류 활동에서 청소년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고 와야겠다는 다짐 비슷한 거였다고 해도 되겠다. ‘은하수를 건너 몽골’ 들꽃청소년 운영회의 해외 교류 활동은 청소년 리더쉽 함양을 위해 기획단계에서 각 나라의 청소년들이 서로 어떻게 융화될 수 있을지, 어떤 대화 주제를 잡을지 고민이 많았다. 삶을 살아온 내용이 다르고, 거기에 말까지 통하지 않으면 교류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사막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프로그램이 더 고민이 된 것도 청소년들의 교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에서였다.  

 첫째 날 공항으로 마중 나온 청년들과 인사를 나누고 몽골 숙소에 도착했다. 둘째 날 아침, 그날 일정은 생가르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청소년들과 소개를 나누고 에코백 만들기 등 서로에게 선물이 될 만한 것을 꾸미는 활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침 호텔 로비에 내려오니 어제 봤던 그 청년들이 또 있었다. 청년들은 앞으로의 모든 일정에도 한국 청소년들과 동행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오늘은 거리가 먼 것도 아닌데 왜 왔지?’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역아동센터에 도착해 영어로 ppt도 만들어 소개를 준비한 운영회의 청소년들은 긴장한 듯 보였다. 

첫시작, 조순실 대표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몽골 청소년들의 표정을 보니 무언가 갸우뚱한 모습이다.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그들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때 바트만이라는 청년이 나와 통역을 시작했다. 한국 청소년들에게는 영어로, 몽골 청소년들에게는 몽골어로 통역을 하는 청년의 눈이 반짝였다. 바트만은 들꽃청소년세상 청소년들을 볼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밝게 말했다. 


 밥을 먹고 한국 청소년들이 모여 앉아서 무언가 열심히 적는 모습이 보였다. 그날 만난 일주일을 함께할 10여 명의 몽골 청년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이름을 헷갈리면 절대 안 된다고 우리는 이곳에서 친구를 만났다고 말하는 성주와 복영이의 말소리의 목소리에는 힘이 느껴졌다. 

 말타기 체험을 하러 몽골의 공원에 도착했다. 첫째 날부터 동행했던 몽골 청년들은 스텝 자처해 안전하게 말을 타고 공원을 볼 수 있도록 말의 줄을 잡아 주었다. 사막에서는 개별로 거리를 두어 걸었는데, 혹여나 길을 못 찾을까 화살표를 그어가며 따라왔다. 한국 청소년들은 그 청년들의 진심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같이 한국 노래를 알려주고 부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셋째 날, 6시간가량 사막으로 이동하는 일정에 중간에 식당을 이용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당일 새벽에 일어나 지도자들이 점심용 주먹밥을 만들기로 했다. 해가 뜨기 전 새벽 부엌에는 간단한 조리기구가 놓여 있었다. 쌀을 씻고 밥이 지어지기를 기다리던 시간에 누군가 인사를 한다. 6시쯤, 몽골 청년이 부엌으로 들어와 뭐 도울 것은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다. 어쩌면 나는 지도자로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왔는데, 이 친구는 그 아침에 눈을 떠 함께 할 청소년을 챙겨주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나아왔음을 느꼈다. 밥을 짓고 포장을 하면서 이 부엌에서 그동안 청년들과 목사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먹을 것이 없어서 볶음밥만 10년을 같이 해 먹었어” 라고 담담히 말하는 목사님의 곁에 있던 청년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있었다. 그 청년들은 지금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있으며, 센터의 어린 후배들에게 피아노, 노래, 한국어, 영어수업의 교사를 자처해 매주 센터에 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터였다. 이 청년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그 미소처럼 당연하고 기쁜 걸음이었으리라 생각했다.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사막에서의 저녁, 한국 청소년들이 게르에 둘러앉았다. 서울, 경기, 전북지부에서 온 청소년들은 각자 다른 환경에 있기도 하다. 개인이 집중하는 관심사도 다르고, 가정환경에도 차이가 있으며, 학교를 다니기도 하고 일을 하기도 하는 등 말이다. 인생곡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각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주요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30대, 60대가 되었을 때 어떠한 목표를 이루고 있었을지 간단하게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었다. 


 시작하고 10여분쯤 흘렀을까, 하나둘 다 했다고 말하고 일정 시간 침묵이 흘렀다. 그때 다영이가 본인이 먼저 발표하고 싶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 다영이는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들꽃에 오게 된 이유, 이곳에서 자신의 변화, 미래에 꿈꾸는 것을 말했다. 복영이 성주 소현이 점차 한 명씩 말하기 시작했다. 소현이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것을 말하며 이렇게 진심을 나눌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며 힘들었던 어린 시절 가족 이야기를 말했다. 눈을 맞추고 공감을 하기도 하는 등 청소년들은 그렇게 경청했다. 그때 처음 발표했던 다영이는 사실 숨긴 이야기들이 있다며 다시 하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곳에 모인 7명의 청소년들은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고 제 이야기인데요’라고 시작하는 말을 3시간가량 서로 나누었다.‘내가 너를 이해했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같이 눈물지었고, 힘들었던 일에 같이 화를 내기도 하는 청소년들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고, 함께 마음을 나누었다. 자기 전, 복영이와 수영이는 이렇게 우리를 성장하게 하고 생각을 돌아보게 해 준 들꽃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서로 말을 다투기도 했다.

 
 그날 밤, 나는 과연 청소년들과 함께였을까 돌아보았다. 앞선 몽골 활동계획, 점심준비, 에코백 만들기처럼 하나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아닐지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마음은 태가 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몽골에서 청소년들이 보여준 마음은 태가 났다. 일부러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환대를 하기 위해, 이해하는 척하기 위해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교도 없었다. 상대방의 불편함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의 기쁨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그뿐이었다. 관심과 궁금증을 같이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함께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추억을 쌓으려고 했던 그 목적보다 더 자연스러운 표현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음을 전하고 마음으로 만날 청소년들과의 날들에 ‘함께’ 나아가야겠다.


- 이경민 활동가

Posted by 달그락달그락 달그락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