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8. 06:30

아이들과 같이 살면서 점점 가족 같아진다는 생각이 들 때는, 서로 잔소리를 주고받을 때입니다.


저희 집 맏이는 제가 안 꾸미고 다니는 걸 안타까워합니다.

화장을 안 하는 것도 옷을 아무거나 주워 입는 것도 못 마땅해 합니다.

특히, 양말에 대해서 민감하죠. 저는 아무 양말이나 주워 신는 편인데, 저희 맏이는 '제발 그런 양말 좀 신고 다니지 말아요.'라며 잔소리를 합니다. 이 양말이 어떠냐고 하면 요즘 누가 그런 양말을 신느냐고 아줌마 같다고 흰 색 양말을 신으라고 잔소리를 하죠.

제가 전자장치 다루는 것을 잘 못할 때면, 답답해하며 왜 그렇게 느리냐며 타박을 합니다. 

나이 들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면 츤데레처럼 옆에서 잔소리를 하면서도 대신 해주곤 하죠. 

이번에 제가 아이폰을 구입해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막막해할 때, 1시간 동안 필요한 어플을 깔아주고 아이폰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설정도 다 변경해줬답니다.

어느 날은 제 핸드폰을 보다가, '쌤, 여자가 핸드폰 배경화면이 이게 뭐냐'고 야단을 치며, 카톡 배경이랑 핸드폰 배경 화면을 바꾸는 법도 알려주더군요.

이렇게 소소한 잔소리 말고도, 때로는 속 깊은 잔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욱해서 잘 따지는 편이라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 저한테 좀 참아보라고 충고를 하기도 합니다. 

‘쌤이 상처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며 마음이 찡해지는 조언을 하기도 하죠. 

그래서 제가 항상 남자친구보다 더 든든하다고 칭찬을 하곤 합니다.


이렇게 든든한 대학교 1학년 맏이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안 하던 공부를 시작하느라 애를 쓰고 있습니다.

공부의 가치를 굉장히 강조하는 저와 같이 생활하려니, 얼마나 잔소리를 듣겠습니까.

A+을 원하는 저와 평균 B 학점을 목표로 하는 저와 아이 간의 논쟁은 끝이 없습니다.

그런 저희 맏이가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필기 시험 떨어지면 안 된다고 했더니 열심히 공부해서 90점이 넘는 성적으로 합격을 하고, 기능시험도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첫 도로 주행 시험이 있던 날, 늦잠을 자느라 시험을 보러 못 가서 저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듣고, 두 번째 도로 주행 시험에서는 터프한 성격답게 속도를 너무 많이 내서 떨어지고, 대망의 세 번째 시험에서 드디어 합격증을 받아냈습니다. 

운전면허는 미래의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저희 아이에게 필수인 자격증이랍니다.

성실의 아이콘인 선생님 밑에서 자라는 덕에 주 1회 가는 복지관 자원봉사도 매주 꾸준히 다니고, 시험 기간에는 시험 공부도 해서 노인복지론 시험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그 날 문자를 보내서 '제가 뒤에서 일등은 해봤는데, 앞에서 일등은 처음이예요.'라고 하더군요. 

'네가 나를 닮아가는구나'라는 뿌듯함과 기쁨의 감격을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요즘도, 가끔씩은, 학교에 가기 싫다고 칭얼칭얼.. 안 가면 안 되냐는 등.. 왜 내가 학교를 가야하냐는 등..

오늘은 비가 와서 안 가고 싶다고.. 중얼중얼..그래서, 학교 안 가도 되니까 성적만 A+을 받아와라라고 했더니, 다급하게 '저 지금 학교 가요. 양말 신고 있어요.' 라고 외치며 외출 준비를 합니다.


제가 그룹홈 생활교사로 처음 발령받았을 때, 이 아이와는 서로 맞지 않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르다는 것은 잘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잔소리를 통해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저희 맏이와 저는 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이로 발전했답니다.


이런 게 같이 산다는 거겠죠?

잔소리를 주고 받는 관계.

서로가 있어 든든한 사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


오디는 이렇게 서로를 위해주는 잔소리가 가득합니다.


오늘도 서로에게 잔소리를 하며 이렇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글쓴이 : 오디가정 송유진선생님




'청소년스토리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년이 희망이다.  (0) 2016.01.02
‘감성보컬’  (0) 2015.12.29
잔소리  (0) 2015.12.08
경제 - 청소년부터 시작하는 경제활동  (0) 2015.12.03
Find myself  (0) 2015.12.02
교무실 청소의 주인공은?  (0) 2015.11.27
Posted by 달그락달그락 달그락지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