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0 22:03

자율아닌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달그락달그락 앞을 지나가는 청소년에게 청소년 자치공간을 소개하며, 포스트잇을 건네던 어제 저녁.



학원버스를 놓칠라 가방을 퉁퉁 튕기며 달려가는 청소년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말을 걸면 안들린다는 듯 지나가는 청소년. 그냥가려다가 포스트잇 필요하냐는 말에 멈추어 나를 바라보는 청소년들. 그렇게 한개 두개를 건네며 편하게 오라고 이야기를 한다. 10분이 지났나? 궁금한 생각이 들 때 즈음 시린 공기 뒤로 혼자서 걸어오는 여고생이 있었다. 포스트잇과 멘토링전단지를 챙기고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다리를 퉁퉁 튕기고 있었다.

'아 발시려..'

그런데 좀 늦다. 달그락 앞으로 오기 10미터 전 즈음부터 한걸음 걷고 멈추고, 두걸음 걷고 멈춘다. 그리고 옆으로 누가 뛰어가던, 앞에서 내가 쳐다보고 있던 상관하지 않고 쓰레기를 하나씩 줍는다.



그 시린 공기가, 퉁퉁 튕겨야 덜 시리던 발이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내 눈은 그 아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쓰레기 줍는거에요?"

"네"

"보기 좋네요.."

얼굴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친구의 움직임이 그 때 참 정직하고 맑았다는.  참으로 느리고 한순간 한순간이 사진이 내 눈으로 한장 한장 들어오듯..그랬다.

"길위의 쓰레기를 주워본 적이 있는가?"

문득 중학교 1학년 시절 친구 한명과 검도를 다니던 나의 모습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때 검도학원에서 나의 집과 친구 집으로 가는 길은 걸어서 5분이 안되었다.

그 거리 도중 공원이 있었고, 쓰레기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분개했었다. 

그리고 친구와 검도 마치는 날은 집으로 가는 길까지만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담기로 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줍고 있는 나와 친구 앞에서 또는 뒤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의 마음이란..

어느 날 길을 지나가던 어린이와 젊은 엄마가 있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우리가 뭐하는 건지 물었고, 그 엄마는 우리를 쳐다보고 "몰라도 돼."라고 하고 지나갔다. 그게 숨길 일이거나 몰라도 되는 일인지 억울해 할 겨를도 없이, 저 엄마 뭐야라고 어이없어 하기 전에, 어린이는 엄마손을 뿌리치고 자기 앞의 쓰레기를 주워 우리에게 온 적이 있다.



'그땐 그랬지...'

내가 감상에 젖은 것일까? 단지 그것 뿐일까? 그것 뿐이어야 할까? 그렇게 하나하나 주워가며 어제의 그 청소년은 어떤 생각과 감정들을 느껴왔을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이 바뀌게 하는 건 별거 아니면서 엄청난거다. 바로 어제의 그 청소년처럼.

삶을, 자신의 삶을 먼저 바꾸어가면 되는거다. 현실감각이 없다, 계산좀 하고 살아라, 너 혼자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냐는 말과 시선을 받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명이 안바뀌면 여러명이 바뀌는건 영원히 불가능하다. 세상사 맘대로 안된다지만, 어제 그 청소년의 모습은 '내 세상은 내가 바꿀 수 있다.'는 걸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세상에 믿음을 가지면 그 세상 속으로 또 동화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청소년을 만나면서 나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모순되지 않으려면 내가 자율적이고 주도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렇게 해보라고 제안하는건 상상일 뿐이다. 무모한 제안일수 밖에 없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갈까?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 더.




글쓴이 : 최서우




'청소년스토리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무실 청소의 주인공은?  (0) 2015.11.27
청소년참여, 지역을 바꿉니다!!  (0) 2015.11.25
길위의 쓰레기를 주운 적이 있던가  (1) 2015.11.20
인권이요?  (0) 2015.11.18
들꽃창립기념일  (0) 2015.11.17
선택과 준비  (0) 2015.11.14
Posted by 달그락달그락 달그락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