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8. 16:22

거짓이 없는 삶에 사는 청소년시기의 나를 상상해본다.


#상상속의 이야기

나는 요즈음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다. 수학이 재미있긴 한데, 수학선생님이 될지, 수학교재를 만드는 일을 할지. 아니면 수학을 완전 잘하는 건 아니니 아예 다른 곳으로 알아봐야 할지 고민인 것이다. 대학을 간다면 가기 전에 직업을 선택해야 과를 정할 수 있고, 해당하는 과가 유명한 대학을 찾아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거의 틈만 나면 하는 고민인데 친구들이랑 이야기해도 고만고만 무한반복이다.  더 자세히 경험하지 못하니 서로 둘러앉아 상상의 나래를 폈다가 우르르 이야기를 접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에라이, 그래. 고민해봤자 뭐해. 지금 당장 뭘 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나 하자.'


그러다 용기내어 내가 좋아하는 수학선생님께 물어본다.  2년이 넘게 이 선생님께 배우고 있고 이 수업을 제일 좋아한다. 이 선생님이라면 내 고민을 해결해줄지 모른다!
"쌤..쌤은 왜 수학선생님이 되셨어요?"
거짓이 없는 삶을 사는 교사는 나에게 말한다.
"서우야, 나는 교사가 안정적인 직장이고  근무여건이 좋아서 하게됐어. 남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결혼상대자 상위권이기도 하니까."


선생님은 어느 순간인가부터 재미있게 수학을 공부했던 자신의 모습을 잊었다. 어쩌면 없었을지도 모른다. 
원치 않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강요해야 하는 입장에 머무르면서 자기 일의 의미는 오직 '안정성'에만 머무르게 된다. 이런 말을 들은 나는 갑자기 슬퍼진다.
'선생님은 수학 가르치는 즐거움보다는 안정성이라는 이유가 크구나..'
'그래도 선생님은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선생님 그럼 우린 왜 공부 해야되요?"

교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공부? 해야 하니까 하지. 대학가고 취직도 해야할 거 아니야."
하루에 6시간 이하로 자며, 잠오는 수업도 서서 들으며 열나게 공부했던 나는 조금 지친다. 그럼 취직이 될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건가.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오직 그것 뿐인가. 그렇게 온몸에 기운이 빠져 돌아서는 내게 교사는 외친다.

"서우야! 서우야! 내가 잘못 말한 것 같아!"
기대에 찬 나는 눈을 번뜩 뜨며 교사를 돌아본다.
"사실 나도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기위해 공부를 했지, 다른 이유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진실을 말하면 나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라. 그저 해야 하는 거라고 해서 하는 것 뿐이야."
"누가 하라고 하는 것이죠?"
"교육과정에 배워야 하는 것이 있고, 너희들이 학교를 왔으니 해야하는거지. 나는 그것을 모두 가르쳐야 하는 의무가 있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배울 수는 없나요?"
"그건 불가능해. 해야 하니까."
"안해도 된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으세요?"
"교사들도 고민이 많아. 학생들이 원하는데로 하고, 배우고 싶어서 수업을 하면 좋지. 우리도 더 재미있을거야. 수업마다 억지로 깨워가며 실랑이를 벌일 필요도 없고."
"선생님도 그게 좋은데 왜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선생님이 바꿔주시면 좋잖아요."
"교사는 힘이 없어. 그런 걸 결정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단다."
"그럼 선생님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뭔가요?"
"그냥 가르치는 것을 재미있게 하려고 하는거지."
"좀 전에는 배우고 싶을 때 가르치는게 재미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다른 방법도 있어요? 재미있게 일하는 방법이요?"
"휴가와 휴식시간을 확보해서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여가를 즐기는 거야. 교사직의 장점이지. 방학 때는 여행도 다니고."
"음.. 그럼 선생님은 왜 수학을 가르치는거에요? 많은 과목 중 왜 수학을 선택하셨어요?"
'수학을 가르쳐주는게 좋다고 이야기해주세요.'
"그냥 그걸 좀 더 잘해서 선택한거야. 그치만 교사가 되기는 엄청 힘들었어. 우리 때는 한 학년이 졸업하면 30명중 한 두명이 교사가 될까 말까였지. 경쟁률이 어마어마했어."
선생님의 청춘에는 노력과 힘듦의 이유에 청소년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지금 자기 일(가르침)의 즐거움에 청소년이 없다..
아무리 이것저것 물어도 선생님에게는...
'내가 없다.'


그림출처 : 비맞는모습

내가 없어도 일을 잘 해나갈 선생님.. 선생님의 솔직함이 상처가 되어 나는 돌아서며 눈물이 난다. 돌아서는 나를 보는 교사는 뭔가 멋쩍고 허전하지만 금세 또 밀린 일에 빠져든다.


위의 이야기는 픽션이다.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정건희 소장님이 '진짜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그 질문을 바탕으로 나의 고등학교 시절, 교사를 준비하던 20대초 시절을 회상하며 적어본 이야기다. 픽션이 픽션이길 바라며 질문을 해본다.


솔직하지 않은 세상에 사는 우리는 과연 위의 상황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솔직한 세상에 산다면 우리는 정말 떳떳하게 자신의 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혹시 이 이야기를 읽고 마음이 허전하다면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청소년을 만나는 어른이라면 청소년을 만나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한다.
"너(내가 만나는 청소년)는 어떠니? 오늘 나랑 만나서 뭘 느끼게 되는거니?"
"혹시.. 내가 널 가슴 아프게 하는 존재인 건 아니니?"


글쓴이 최서우

Posted by 달그락달그락 달그락지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경미니 2015.06.08 2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ㅠㅠ 오늘 날 만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한번 물어봐야겠어요, 항상 프로그램이 어땠니?라고물었었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