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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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나는 잠귀가 어두워 소리는 잘 못듣는 편이었지만 오늘따라 초인종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나오지 않는다면 언젠간 가겠지초인종 소리를 무시하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집 안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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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렇게 초인종을 누르는거야?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발로 이불을 걷어찼다. ‘누구야? 걸리기만 해봐라긴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리며 인터폰을 통해 초인종을 계속 누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았다. 인터폰을 통해서 보이는건 짧은 단발과 하얀 백설기떡을 들고 있는 소녀였다. 인터폰을 보고 천천히 문을 열러 나갔다. 문을 열고 보이는 복도. 그리고 내 눈 앞에 보이는 교복. 대략 17살로 보이는 소녀가 문을 통해 나온 나를 보고는 웃었다. 소녀는 내게 백설기떡을 건네주었고 나는 그 떡을 멍하니 받아들었다. 소녀는 갑자기 오른 손바닥으로 왼팔을 가볍게 쓸어내리고는 가볍게 주먹 쥔 양손을 가슴 앞에서 아래쪽으로 살짝 내리는 행동을 한다. 수화인건가? 소녀는 안녕하세요란 입모양을 보여주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나는 소녀의 인사에 머슥하게 웃고는 안녕하세요라 말했다.

말을 못하나?’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이 소녀가 궁금했다. 이런 내 속 마음을 모르는지 소녀는 내 멋적은 웃음에 살짝 웃고는 입모양으로 뭐라 말하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돌아갔다. 이사 왔으니 잘 부탁한다는 뜻인가? 입모양으로 뭐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뜻으로 말한거 같다. 소녀가 가져온 백설기떡을 한참 바라보다 쏟아오르는 궁금증을 모른척 하고 잠을 더 자기 위해 기지개를 한번 하고 들어갔다.

햇빛이 커튼 사이로 뜨겁게 들어오자 인상을 찌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직 머리는 배고픔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몸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침대를 벗어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보이는건 생수 한병. 긴 해외 연수 끝에 오늘 새벽 3시에 집에 들어왔으니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는게 당연하다. 그냥 굶을까하는데 이놈의 뱃속은 자꾸 신호를 보낸다. 머리도 그 신호를 인지했는지 바로 허기짐이 느껴졌다.

마트에 가기 위해 간단히 옷을 입고 천천히 거리로 나왔다. 거리로 나오자 북적북적 분비는 사람들과 경적 소리를 내는 자동차들. 시끄러운 거리를 지나치고 조용한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웃음소리와 무언가를 탁탁 치는소리. 오늘따라 내 귓가에 크게 들려온다. 소리의 근원이 궁금해 천천히 소리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으로 걸어갔을 때 몇몇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서 무언가를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왜 모여있는건지 궁금해 나도 벽에 다른 사람들처럼 기대고는 슬쩍 바라보았다. 슬쩍 바라보았을 때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다른 한 학생을 발로 차며 드라마에 나오는 살인마처럼 실실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소름이 끼쳐 한기가 맴돌았지만 걷어 차이고 있는 학생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맞고 있는 학생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눈에 띄는 짧은 단발 머리와 어디서 많이 본 교복. 누구지? , 아침에 백설기떡을 가져다 준 소녀이다! 소녀는 학생들에게 발로 걷어차이며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학생들은 그 모습에 크게 소리쳤다. “, 너 말 못하냐? 벙어리야? 벙어리? 말 좀 해보라니깐? 말 하면 보내준다니깐?” 한 여학생이 소녀의 앞에서 실실 웃었다. 소녀는 그 여학생의 말에 입을 벙긋벙긋 하더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입을 꾹 닫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외에서도 이런 장면은 보지 못했는데. 뒤를 돌아보았을 때 사람들은 계속 촬영만 하고 있을 뿐 도움을 요청하지도 도와주지도 않았다. 나는 당장 뛰쳐나가 그만두라 말하고 싶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나와 내 스마트폰으로 112를 눌러 경찰에 신고를 했고 몇 분 후, 조용한 골목길에 경찰 사이렌 소리가 가득 메워졌고 그 사이렌 소리에 소녀를 때리고 웃고 있던 학생들은 일동 당황하며 어찌할지 모르고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촬영하고 방관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소녀에게 다가갔고 괜찮냐며 소녀를 흔들어댔다. 하지만 소녀는 픽 땅으로 쓰러졌고 나는 사람들을 밀치고는 소녀의 상태를 보았다.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여기 좀 도와주세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누구 없어요!”

내 비명과 같은 소리에 경찰은 뛰어왔고 쓰러져있는 소녀를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잠깐 잠들었는지 흘린 침을 닦고는 소녀가 어디있는지 둘러보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커다란 초록색 칠판과 내 앞에 놓여 있는 수학책과 거울. 이건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인가 생각하다 거울을 들고 내 얼굴을 보았다. 눈에 익숙한 교복과 긴 머리가 아닌 어중간한 단발 머리. 이건 내 중학교 시절?

너무 놀라 거울을 떨어뜨렸고 거울의 파편이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순간 사고가 정지 돼 얼음상태가 되버렸다. 떨어진 거울 파편을 보면서 내 모습을 다시 보았고 머리를 굴리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보았고 그 곳에 서있는 짧은 단발머리. 소녀였다. 소녀는 깨진 거울 파편을 보고 청소도구함에서 빗자루를 꺼내 쓸어담았다. 내 앞에 다가온 소녀는 천천히 말한다.

다친덴 없어?”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귀에 쏙쏙 들려왔고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 내가 말하는게 그렇게 놀랄일이야?” 소녀는 처음에 만났을 때처럼 웃고는 깨진 거울 파편들을 신문지에 싸서 버렸다. “빨리 가자. 이제 곧 학교 문 닫아소녀는 자신의 가방을 들고는 앉아 있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소녀에게 끌려가듯이 학교를 나왔고 소녀는 기쁜일이 있다는 듯이 말했다. “나 행복해서 죽을꺼 같아소녀의 말에 나는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소녀는 내 눈빛을 보고 크게 웃더니 그런게 있어. 내가 내일 알려줄테니까 기대하고 있어.소녀는 내 손을 힘차게 흔들더니 내일을 기대되는지 웃음을 참을 수 없어보였다. 나는 싱글벙글 시도때도 없이 웃는 소녀를 보고는 나도 피식 웃었다.

중학교 시절 집과 학교가 멀어 원룸을 하나 구해 통학을 했던 추억이 있다. 근데 지금 24살인 내가 다시 16살이 되어 여기 있다니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내가 현재 잘 곳도 먹을 것도 없기 때문에 원룸 방 안으로 들어갔다. 씻고 나와 밥을 먹으니 TV를 보고 싶었다.

TV를 키자 나오는 뉴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방송인데도 분주히 움직이는 기자들과 아나운서. 하지만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걸. TV를 끄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24살인 나로 돌아가있기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제와 똑같은 내 원룸방이었다. 왜 꿈이 아닌거지? 고민을 계속 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시간만 계속 흘러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자 내가 좀 늦은것인지 교실 안 선생님께서 조회를 시작하고 계셨고 나는 들어가지 않고 선생님이 나오실때까지 복도에 앉아있었다. 복도에 앉아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민이는 어제 비행기 추락사고로 인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못 온다 했으니 다른 선생님께서 물어보시면 그렇게 말해라나는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께 소녀의 주소를 알아내 하교 시간이 되자마자 우사인 볼트처럼 달려갔다. 10분 달렸을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주소가 써져있었다. 주소를 본후 집을 보았을 때 지금 바로 귀신이 나올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거 같은 폐가 같아 너무 무서웠지만 하는 수 없이 열려져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삐그덕- 삐그덕- 살금살금 걸어가는데 장판이 오래 되었는지 세월의 소리를 내며 나를 더 무섭게 했다. 하지만 나는 소녀를 찾는게 우선이었다. 소녀를 찾으려 이방 저방 다 열고 샅샅이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내 앞에는 열지 않은 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바라보았을 때 부모님의 사진을 앞에 두고 멍하니 혼이 나간 사람. 즉 정민이는 깜빡이 인형처럼 홀로 앉아있었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정민아?” 소녀의 이름을 부르자 소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난 어떡하지입모양으로 말하는 소녀. 난 그 인형 같이 앉아 있는 소녀를 보았다. 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눈물이 한방울씩 떨어지더니 어느새 폭포수가 되어 뚝뚝 떨어졌다. 그렇다. 소녀는 이 이후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마 부모님을 잃은 슬픔 때문인거겠지.

눈이 번쩍 뜨였다. 눈이 번쩍 뜨이고 앞을 바라보니 누워있는 소녀가 보였다. “이건 꿈인걸까?” 나는 누워있는 소녀를 보고는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꿈이어도 넌 많이 힘든일을 겪었구나. 그것도 혼자서소녀의 얼굴을 쓰다듬다 병원을 빠져나와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로 향한 나는 가해 학생들을 신고 하기 위해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박차고 들어가자 보이는건 아까 그 장면을 방관하거나 촬영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저 아가씨도 봤어요나를 가리키며 말하는 한 아저씨. 그렇다. 이들은 자신이 본 것과 증거물을 토대로 신고를 하러 온 것이다.

아까 밀쳐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그들에게 사과를 표했다. 아까 나를 가리킨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야. 나도 이 나이 먹고서 방관만 하고 있었으니..창피하구만. 허허 그러고보니 아가씨는 참 용감해. 그 모습 보고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신고를 못하고 있었는데.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는 신고를 하러 오신게 용감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신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하자 사람들은 머슥하게 웃더니 한마디씩 하고 경찰서를 나갔다.

그 학생 깨어나면 정말 미안했다고 전해줘요고개를 숙이며 나가시는 아줌마.

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시 병원에 돌아와 소녀의 병실로 들어갔다. 소녀는 언제 깨어난건지 멍하니 구름을 바라보고있었다. “뭘 보는거야?” 소녀는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간호사가 가져다준건지 볼펜과 종이를 들고서 무엇인가를 써내려간다. 소녀는 그것을 나에게 보여주며 웃었다.

 

<누군가가 꿈에서 날 위해 울어줬어요. 눈물샘이 고장난 나 대신에 우리 부모님을 위해 울어줬어요. 근데 그 누군가가 꼭 당신 같아요.>

나는 이 종이에 쓰여진 것을 보고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민아소녀의 이름을 부르자 소녀는 눈을 크게 뜨더니 가느다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소녀를 보며 나는 다가가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위인팀 유가연-

 

 

Posted by 달그락달그락 달그락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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