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22. 13:25

한 청소년이 조순실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아이들과 회의하는데 대표님도 꼭 오셔야 해요. 

두 가정이 모이니까 센터에서 보는 게 좋겠어요."


그룹홈 오디가정의 영지다. 

일요일이 되어 들꽃청소년세상 법인 사무실로 아이들이 모였다. 

장미가정에서 한명이 빠지고 전원 참석이었다. 

영지가 회의를 시작했다.


"오늘은 장미가정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대표님들 생각을 듣고자 모였어요. 

장미가정 애들이 형민이가 무섭다고 우리집(오디가정)에 있다가 갔거든요. 

먼저 폭력을 당한 애들의 말을 들어볼게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경민이가 아침에 일어난 일을 말했다.

"형민이 형이 뭘 물어봤는데 내가 잘못 들어서 대답을 못하고... 

표정을 밝게 하려고 웃었더니 왜 웃냐고 뺨을 때리고..."


흐려지는 경민이의 말끝을 경우가 이어 말했다.

"지난번에 내가 뭘 하는데 형이 핸드폰을 자꾸 고쳐 달래서 좀 바쁘다고 했더니 다리를 걸었어요! 

그래서 제가 한 달간 반 깁스를 했어요."


중간에 있던 소희가 추가하여 말했다.

"나는 맞지는 않았는데 (형민이 오빠가) 자꾸 심부름을 시켜요."


장미가정에 살지 않는 청소년들도 돌아가면서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했다. 

선미가 조순실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님은 가정폭력을 당해보셨어요? 

왜 그런 애를 감싸 주시는 거예요?!"

들꽃청소년세상 사무실 청소년인턴으로 형민이를 뽑았던 일을 

선미는 '폭력청소년 감싸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민정이가 반격을 가했다.

"들꽃에서 폭력은 없어져야 해요! 

대표님들이 형민이를 내보내셔야해요. 

우리가 (가정에서) 폭력을 피해서 여기(그룹홈)까지 왔는데 

여기(그룹홈)서도 폭력을 당하면 어떻게 해요? 애들이 겁에 질려 있잖아요!"

"폭력을 (가)한 애는 강제퇴소 시켜야 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표들이 답해야 할 순서였다.


"여태껏 강제퇴소는 없었다. 

형민이는 보육원과 소년원을 거쳐서 들꽃에 왔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강제퇴소란 건 있지도 않아. 

장미가정 선생님이 다른 가정으로 전출신청을 하신다고 들었다. 

그렇치만 전출이 쉽게 되지 않기도 하고 형민이가 알바를 구하지 못했어. 

그래서 낮에 사무실에서 인턴 일을 하면서 선생님들과 있는 것이 

형민이의 폭력성을 줄이는데는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형민이도 이 자리에 와야 하지 않을까? 

당사자 없이는 우리끼리 이야기하면 그건 뒤 담화에 지나지 않게 되잖아?"

김현수 대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선미는 거세게 항의했다.


"가해자가 오면 맞은 애들은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절대 안 되요. 그냥 대표님들이 애들을 데리고 사셔요."


"다른 사람들 의견은 어때?"

영지가 돌아가면서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해 보도록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형민이가 이 자리에 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들은 형민이를 사무실에 오도록 했다. 

잠시 후, 장미가정 선생님과 형민이가 함께 왔다.


형민이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이들을 둘러보다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가 형민이에게 어떻게 폭력을 가했는지 말하라고 다그쳤다.


"나는 폭력을 가한게 아니라 그냥 장난으로 한 거예요! 정말이예요! 

경민이는 오늘 아침 짜증나게 말을 끝까지 안하고 실실 쪼개잖아요. 

그래서 뺨을 살짝 친 거고 여지껏 총 3번 했었어요. 

경우는 내가 다리 걸어서 넘어졌고 

소희랑 나는 노래를 좋아해서 친하게 지내고 때린 적도 없어요."


형민이의 발언에 대해 사회자는 폭력을 당한 청소년들부터 돌아가면서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이야기하도록 했다. 

세명의 청소년들은 형민이 말도 맞지만, 

자신은 그런 행동이 폭력으로 느껴졌고 무섭다고 말했다. 

다른 청소년들도 분명 폭력이 맞다고 말했다. 


"그래요? 나한테 그런 정도가(그런 행동이) 폭력이라고 말해준 사람들이 없었어요. 

알았어요. 앞으론 안 할게요. 안할 수 있어요."


"그럼 피해자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해요."

선미가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폭력을 안할게."

청소년들의 합의에 의해 앞으로 형민이의 폭력이 다시 발생한다면 

즉시 쉼터로 보내기로 약속하고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 

또 할 이야기가 없는지 사회자가 묻자 은세가 말했다.


"형민이는 들꽃(들꽃청소년세상)행사에 늘 빠지는데 앞으론 참여해야 해요."

"외박이 자주 있고 늦게 귀가하면 몸이 피곤해서 폭력을 참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일찍 귀가해야 하지 않을까?"


대표가 말하자 형민이가 대답한다.

"저는요.. 소년원에서 2년 반 동안 자유를 억압당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자유를 가지고 싶어요. 일찍 들어오기가 힘들어요. 행사에는 참석하려고 노력할게요."


"정말 꼭 필요한 자리였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회의를 마칠 때 참여자들 대부분은 형민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얼마 전 있었던 들꽃청소년세상 그룹홈 거주 청소년들의 회의이다.

형민이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결정이 되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형민이는 소년원 이 후 한 번 더 사회에서 배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폭력을 당한 청소년들은  또 다른 가해자를 만났을 때 

그 자에게는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모른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라도 내 잘못을 감싸 줄 수 없다면 

사회적 관계 안에서 자꾸만 멀어지게 된다. 

그것이 사회적인 배제로 연결될 수 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가 왜 배제되는지도 알지 못한 채로 그렇게 계속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청소년들이 형민이를 잠시 기다려줄 시간을 마련하였다는 것은 

형민이의 삶에서 참 소중한 기회로 온다는 분명히 알게 된다.


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폭력의 종류를 경험한다. 

정도와 빈도는 다르지만 타인으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는 일은 언젠가 또 찾아온다. 

그 폭력을 주는 상대에게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은 자신을 대신해 처리해 줄 

어른이 없는 상황에서는 또 다시 폭력의 두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형민이 뿐 아니라 이 청소년들에게도 이날의 회의는 폭력을 당한 자신의 두려움을 표현함으로써 

그 두려움의 존재가 생각보다는 조그마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목소리의 힘을 느꼈을 것이다.


청소년들 간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형민이는 자신이 폭력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그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서로 간 알지 못했던 두려움들을 알게 되는 시간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진다면 

약자와 강자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시간이 올지 모른다. 


이 날의 회의는 그러한 시간으로 가는 물꼬를 트는 기초작업인 것이다. 


글쓴이 - 최서우

Posted by 달그락달그락 달그락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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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정혜성 2015.06.22 1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다린다는건
    들어준다는건 참귀한일 이라고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많이 서투니까요